타이페이: 타이페이 지하가 外 Taipei City Mall

  타이페이는 보통 야시장을 들르는 게 통상적이지만, 나는 오히려 낮의 시장을 들르고 싶었다. 가령 한국에 오면 남대문시장이나 명동이 재미있긴 할텐데, 어쨌든 한국을 느끼고 싶으면 남대문보다는 가락동이나 무슨 마트나 이런 데를 가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요량인 거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무슨 마트같은 수퍼마켓이나 (이건 못했다), 전자상가나 (광화상장은 가보긴 했는데 기대 이하), 서점이나 (청핀 본점은 좋았음), 이런 데를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중 한곳이 타이페이역 북쪽의 시민대도 (Civic Blvd.) 를 따라 위치하는 타이페이 지하가이다.

  타이페이 지하가를 어디서 얻어 들었는가 하면, '대만의 어떤 상가가 마스코트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엄하게도 일본 성우를 기용했다'라는 포스팅을 보면서이다. (당연하게도(?) 대만 쪽의 CV는 없다) 대체 어떤 인간들이 장사를 하고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했더니, 한번 가보니 쉽게 알 수 있었다.


  타이페이 지하가는 타이페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지하상가로, 거의 전철 한 구간에 해당하는 900미터 길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타이페이역 쪽이 주로 의류 취급점이 많은 데 비해, 서쪽의 베이먼역 (공사중) 쪽으로는 이동통신, 게임 등 전자 취급점이 많다. 음식점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누가 타이페이 아니랄까봐 지하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취두부같은 것도 판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전자 상가에서 일어난 전례와 마찬가지로 (...) 이 곳에도 각종 취미 관련 업소가 들어서게 되고, 그 중에서도 덕질에 치중하는 결과가 벌어지게 된다. 심지어 서쪽 끝에는 메이드카페 2곳과 집사카페 1곳이 성업중이다.

  마침 방문기간이 지하상가 개장 12주년 기간이면서 마스코트 캐릭터 리온의 1주년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그중 요런 게 끼어 있다.

- 당일 NT$888 (대략 35,000원) 어치 구매를 하면 리온 종이가방이 특전
- 당일 특정 구역에서 NT$500 어치 구매를 하면 기간별로 리온 클리어파일이 특전
- 3/24에 리온 생일 파티 실시. 당일 NT$329를 구매하면 선착순 200명에게 티켓을 주고, 현장 특전 있음
- 생일 파티장 한정으로 하나카나가 아프레코한 리온 동영상 배포

...뭐야 이거 무서워...


  이 정도면 지하상가의 딱 중앙부에 요런 상이 서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가 딱 원흉들(?)의 서식지이기 때문. 누군가 대만에 한류 열풍이 분다고 하던데, 사실 이 정도면 일본은 그냥 내수 유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에서 일본어 단독 문구를 볼 수 있는 나라가 이 곳이다.


  덧붙여서 다른 '시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두자.

  전자상가로는 충효신생역 인근, 특히 광화상장이 이름난 듯하고 타이페이역 인근의 NOVA도 있는데, PC 조립상만 수두룩하게 보이는 느낌이고 용산보다는 오히려 대구 교동시장이 떠오르는 분위기여서 그다지 참고는 안된 듯 싶다. 찾아보면 가전 양판점도 있을 법한데 찾지는 못했다. i7이 1만NT$대로 게시된 것으로 봐서 한국보다는 살짝 비싼 듯한데 요새 PC 부품을 그다지 신경쓰고 보지 않아 감이 잘 오지 않는 게 유감이다. (덧붙여 여기도 소프트웨어는 사망상태)

  대만에서 이름난 대형서점 체인은 청핀 (Eslite) 과 둔황 (Caves) 이 알려져 있던데, 이 중 청핀은 시내 이곳저곳에 서점 이외의 상가 분양을 본업으로 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충효돈화역 근처의 본점만큼은 가령 교보 본점의 반 (뭔가 미묘하다) 정도는 되는 규모를 확보하고 있어 볼 만했다. 재미있는 게 한국의 서점과 달리 완전히 주제별로 배치가 되어 있으면서 외서가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보통 서가에서도 어렵지 않게 외서를 볼 수 있는 데 비해 (외서로 별도 서가를 확보하는 건 론리플래닛 정도?) 오히려 일부러 외서를 찾기는 어렵다. 가장 두드러지는 게 서브컬처 쪽인데, 가령 만화나 라이트노블을 찾는다고 하면, 대만 현지판이 수준이 높은 것을 넘어 아예 직배체제까지 존재하다 보니 청핀 본점만한 대형 서가라고 해도 일본판을 들여놓을 틈이 없다. 스티브 잡스 전기같이 근래 화제가 되었던 베스트셀러라도 큰 예외는 아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영어판은 없어도 일본어판은 있었다)

  여행객으로서 언어 문제도 있고 하여 잘 녹아드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들 업소는 영업시간도 길고 (청핀 본점은 24시간 영업. 광화상장을 비롯한 전자상점은 21시까지는 연다) 해서 야시장 못지 않게 밤에 가볼 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by muhyang | 2012/05/12 02:25 | - Taipei, 'Minguo 101'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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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한국출장소장 at 2012/05/12 10:51
대만이 원래 막말로 줏대없는 나라다 보니 거기에 다른나라 문물이 들어가는게 정상이지 못들어가는게 이상하달까요.

물론 국내언론이 그런 사실을 전달할 리 없지만.
Commented by muhyang at 2012/05/13 23:42
소장님/
유난히 일본과 가까운 느낌을 아주 쉽게 받습니다.
하기야 전직 총통이 떡하니 하카마 입고 사진 찍는 동네니까...
Commented by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at 2013/10/16 16:33
세계 제일의 친일국가·대만. 같은 일본의 통치를 받았는데도, 왜 한국과 여기까지 다르는 것인가? 그것은 역시, 일본 통치가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양쪽 가르치는 대만과, 나쁜 면밖에 가르치지 않는 한국의, 교육의 차이일 것이다.
Commented by muhyang at 2013/10/16 19:17
한국 역사교육과정과는 별개로, 세상에 본질적으로 좋은 식민통치같은 건 없어요.
덧붙여 반말 리플은 자제하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at 2013/10/21 17:28
당신은 건담이전의 애니메이션밖에 모를 것 같다 ···.
Commented by Ryunan at 2018/09/06 08:57
앗, 저 캐릭터가 마스코트였군요 ㅎㅎ;; 여행 중에 보긴 했습니다만 그냥 지나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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